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치매국가책임제와 관련, 서울 강남구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 환자 및 가족, 종사자들과 간담회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문재인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가운데 해당 예산이 시설확충 등 치매환자의 사후관리에 치우쳐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치매징후를 조기에 발견, 중증질환으로 발전을 막는 진단시스템 개발 및 보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정부당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치매관리체계 구축에 2023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본예산 154억원에 더해 올해 모두 2177억원의 예산이 ‘치매국가책임제’ 실현에 투입된다.

해당 예산은 치매관련 시설 및 전문인력 확충에 쓰일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1230억원을 투입, 현재 47곳인 치매안심센터를 252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 시설의 운용자금으로도 188억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이같은 시설과 전문인력 확충으로 5100개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봤다.

또 치매안심병원을 34개소에서 79개소로 늘리고 국립요양병원 79곳 중 34곳에 불과한 치매환자 전문병동을 확충하는 데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추경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치매는 완치되지 않는 질환으로 예방과 조기발견을 통한 지속적 관리로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하는 게 최선의 대응책”이라며 이같은 예산 편성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치매 조기 진단기기의 연구·개발 및 보급을 위한 예산은 이번 추경에서 배제되면서 치매에 대한 문제인식과 해결방안에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도 치매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으로 치매잠복기 단계에서 징후를 발견해 중증질환으로 발전을 지연하는 조기진단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치매환자 중 약 70%가 고통받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경우 10~20년 상당의 ‘초기기억상실’ 단계에서 치매징후를 발견하면 치매로 이행될 위험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현재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조기진단을 사실상 의사 문진과 문답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조기 검진율을 높이는 의료기기 개발 및 보급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치매안심센터 및 전담인력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치매 조기진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치매환자를 위한 시설이 부족하고 치매안심센터 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시설확충에 2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는 치매환자에 대한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치매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설확충과 조기 진단기기 개발 및 보급 등의 ‘투트랙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